고향에 내려가면..
고향에 내려가면 언제나 아버지께서 절 반기십니다.

반기실때의 멘트는 언제나 정해진 '공사 하러 가자'(이 포스팅 참조)

실은 지난주 수요일에 내려가서 목금토 3일 공사하고 어제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근데 지금 또 내려가야 됩니다. 아 슬프다.



지난주 일요일이 공무원 시험이었습니다. 시험을 치고 이틀간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서 뒹굴대고 움찔움찔대고 마우스를 긁적거렸죠. 그러다가 수요일 낮에 집에 내려갔습니다. 터미널로 가면서 집에 전화를 했더니 어머니 왈. '내려와라. 와서 공사하자.'

덕분에 3일간 신나게 노가다를 뛰고 일요일에 올라왔습니다. 문제는 다음주도 공사일정이 빡빡하게 잡혀 있어서 지금 또 내려가야 된다는겁니다. 흑흑. 서울 왜 올라왔나 싶습니다 ㅠ.ㅜ

공사를 하면서 느낀점.

1. 어 십라 스피커 졸 무거워.

스피커 겁나 무겁습니다 ㅠ.ㅜ 공중에 매다는 스피커가 우퍼 아래에 스피커 네개씩 달아서 천장 안에서 체인로크로 끌어올리는 방식인데. 우퍼 무게가 80Kg(추정), 스피커 하나당 무게가 40Kg(확실)나 되는 묵직한 물건들이다 보니 우퍼 아래에 스피커를 하나씩 달때는 팔이 끊어지는 느낌이 납니다.

2. 전 앞으로 교회가 좋아질거 같아요.

.....원래는 개신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희 아버지께서 공사하시는 곳중 꽤 많은 부분을 교회가 차지하고 있더군요.(저희 아버지께서는 음향설비쪽 일을 하십니다.) 오오. 내가 먹고 입는 물질적인것에는 교회의 지원이 꽤 많은거였구나! 오오. 앞으로 교회가 좋아질거 같습니다. 절대로 교회에서 일하면 먹을거 많이 줘서 그러는거 아닙니다. 아침먹고 공사하러 가면 오전에 새참 주고 새참먹으면 냉커피 주고 점심먹고 수박 잘라주고 감자 삶아주고 바나나 우유 냉장고에 넣어놓고 맘껏 꺼내먹게 해서 그런게 절대 아닙니다.(세상에는 설득력 없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3. 위에서 교회가 좋아질거 같다고 했는데 그 말 취소하겠습니다.

정확하게는 교회가 싫어진다기 보단 목사가 싫어질거 같습니다.(원래는 교회는 싫어해도 목사는 안 싫어했는데!)
1번에서 말한 스피커를 낑낑대며 교회 천장에 달았습니다. 스피커 위치가 기둥 바로 앞에 있어서 기둥이 스피커를 받치고 있는 모양새가 되었죠.(꽤나 멋져보입니다)

그런데 목사 왈. "아. 저 스피커때문에 인테리어 버렸네."

....뭐임마?! 일부러 기둥을 가려놨는데 기둥이 인테리어의 포인트였다고? .....니눈은 단추구멍이냐! 스피커가 따로 놀면 얼마나 추해보이는데?! 게다가 어차피 저 위치 아니면 따로 달데도 없다고! 

........문제는 이 말을 스피커를 다 달고 나서 말했다는겁니다.(공중에 매다는 방식의 스피커를 달려면 천장 안에 들어가서 체인로크 설치하는 작업, 스피커를 아래에서 매달아서 끌어올리는 작업, 스피커 음향 각도때문에 세부조정하는 작업, 배선 빼서 연결하는 작업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틀정도 걸리는 대 작업입니다) ...아니. 그럴거면 처음에 위치 잡을때 말을 해 주던가 ㄱ-

.....그래서 어떻게 스피커는 다른데 옮길 공간도 없고 다른데도 다 이렇게 하고 저 위치가 소리도 가장 좋고 인테리어적으로도 멋진거라고 '3일'(!!)동안 설득을 해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 뒤론 아무 문제 없이 공사가 잘 진행되었다...라고 했으면 좋겠지만. 이 목사님. 마지막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또 한건 터트리시는군요.

마지막으로 조명작업을 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단상에 사람이 서는 위치에 핀포인트로 맞춰놨습니다. 조명작업은 아시바(공사장에서 보이는 높은데에서 작업하기 위한 강철 관으로 짜서 만드는 디딤대같은겁니다. 한 단이 사람키보다 조금 더 높음.)를 3단을 올려서 직접 손으로 위치를 잡고 나사를 조여서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조명작업도 끝났고, 이제 마지막으로 음향 리허설만 한번 하고 가면 되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이 시점에서 시각은 저녁 8시 반. 보통 작업은 7시에 끝남) 목사님이 오셔서 조용히 한마디 하십니다.

"조명을 이렇게 해 놓으면 뒤에 있는 화분이 어두침침하게 나오잖아. 저기까지 조명 끌어올려서 화분도 밝게 나오게 해야 하는거 아냐?"

...야이씨바야 그럴거면 조명작업할때 니가 쳐 붙어있으면서 그런걸 바로바로 말해줘야지. 조명작업할때는 또 어디에 쳐 가 계시다가 조명작업 끝나고 아시바 철거해서 정리 다 해놓으니까 그따구로 씨부리냐.(...)

근데 어떻게 합니까. 교회에서 목사님이 까라면 까는거죠. 결국 고가사다리를 이용해서 낑낑대면서 조명을 위로 올렸습니다. 근데 이 목사님 계시는가 했더니 그새 또 어디로 가셨네요?

....근데...조명을 위로 더 올리니까 뒷 벽이 하얀색이라 카메라로 찍는 영상에서 단상에 서는 사람 얼굴이 확 어두워집니다. 어 씨바. 이러면 안되는데.

그래서 또 목사님께 전화해서 불러왔습니다.(아씨바그러니까조명작업할땐좀쳐붙어있으면서작업하는걸쫌보라고이색햐)

조명 올리면 안된다. 조명 더 올리면 얼굴색이 죽기때문에 스포트라이트는 원래 위치로 놓고 해야 된다니까 하시는 말씀..

"다른데는 보니까 사람 얼굴도 환하게 나오고 뒤에 있는 화분도 색 살고 그러던데..."

.....다른데는 뒷 벽이 나무색이나 청색등등의 짙은 색이니까 그런거잖아! 그러게 왜 뒷벽을 허옇게 칠하냐고! 말 들어보니까 장로님들은 흰색으로 하는거 반대했대매! 목사 니가 흰색으로 해야 된다고 주장해서 강행한거래매! 그걸 왜 우리한테 따져 임마!

......그래서 또 한 30분 설득해서 조명을 아래로 '도로' 내리고 작업을 마쳤습니다.(이때 시간이 밤 10시)


....그래서 저는 원래 보러 가려고 했던 포항 국제 불꽃놀이 축제 개막행사를 못 갔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한줄 요약. 목사 씹새.
by 카오리군 | 2008/07/28 16:54 | 헛소리 | 트랙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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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카오리군의 무한망상연환.. at 2008/08/11 19:39

제목 : 노가다. 그 화려한 일정에 관하여.
고향에 내려가면.. 이라는 포스팅으로 노가다 중간 결산을 했었습니다.그래서 이번엔 노가다 총 결산입니다.(...)...겁나 길어서 가립니다.(농담 아니라 진짜 겁나 김미다.ㄱ-) 1. 목사야 나랑 다투자 투닥투닥. -교회편.교회는 뭐. 지난번에도 실컷 썰을 풀어놨으니 사진 위주로 가겠습니다.이것이 공사했던 교회의 전경입니다. 양쪽 기둥 위에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한쪽 무게 추정 240Kg의 헤뷔이한 스피커입니다. 그리고 그 ......more

Commented by 만고독룡 at 2008/07/28 18:11
........ 수고하셨다는 말밖에는...(먼산)
Commented by 시아 at 2008/07/28 20:10
고객이 깡패. -_-;;;
Commented by 아즈라엘 at 2008/07/28 20:33
절헌...눈물나는 얘기군아...
Commented by 아르젠틴 at 2008/07/30 15:16
수고하셨어요 ;ㅂ;.. 토닥토닥.
그 목사.. 정말 ㅆㅅ네요. 그러게 좀 옆에 붙어있지 뭐 그리 싸돌아 다니다가 와서 딴소리야 ;ㅂ;
Commented by 카오리군 at 2008/07/30 18:58
만고독룡//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뭐. 남의 돈 받아내기가 쉬운게 아니더군요. 핫핫.
시아//고객은 깡패지만, 그 목사는 씹새.(...)
아즈라엘//제 눈에선 피눈물이 남미다 ㅠ.ㅜ
아르젠틴//그러게 말입니다. 결국 최종결정권자는 목사 자신이면서 자신이 계속 자리를 비우면 작업이 늦게 끝나는걸 뻔히 알텐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한숨)
Commented by 레아 at 2008/07/31 21:51
...우와 눈물납니다. 그 목사...뭥미. 자기네 교회면 좀 붙어있어야되는거 아닌가염?!! 그런 넘은 좀 밟아버리시라능...뭐 이상한 고객은 자주 오지만;;
Commented by 카오리군 at 2008/08/02 15:47
레아//그래도 돈 주는 인간이라 밟아버릴수도 없다는게 문제. 후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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